지난 5일 오후 8시33분 울산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면서 각종 ‘내진(耐震, 흔들림에 견디는 구조)’, ‘면진(免震, 흔들림의 전달을 막는 구조)’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시장의 수요에 따라 특히 배전반 업계의 경우 이른바 ‘내진형 배전반’ 개발이 봇물을 이루면서 관련 제품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내진형 배전반은 지진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진동에 견디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전기통신설비의 안전성 및 신뢰성에 대한 기술기준(전파연구소 고시) 또는 미국의 통신설비 지진 성능평가 기준(Telcordia GR-63-Core) 등의 규격에 따라 시험해 구조적 건전성과 성능이 확인된 배전반이다.
보통 스프링, 베어링 등을 활용해 지진이나 진동을 흡수해서 설비를 보호하는 방식과 배전반을 구성하는 함체구조에 지지대를 견고하게 붙여 규모 6~8대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지난 2011년 일렉콤이 업계 최초로 내진기능을 가진 수배전반에 대해 우수조달물품에 지정된 후 서전기전, 설악전기, 나산전기산업, 서정전기 등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6월 30일 우수조달물품으로 새로 지정된 배전반 중에서도 JK알에스티, 이레이티에스, 한양전공의 제품들이 모두 내진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스칸디움 합금을 적용한 면진 배전반을 개발 중인 삼성파워텍이나 양단지지에 의한 내진배전반으로 성능인증을 준비 중인 전기신기술조합 등을 합치면 내진 관련 배전반을 양산·개발 중인 업체만 10여곳 이상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근래 들어 내진형 배전반 개발이 유행처럼 확산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결국 공공기관과 대형건축물 등에서 내진구조의 수배전반을 찾는 수요가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새 발주처에서 내진기능을 갖는 제품을 요구하는 수요가 꽤 있다. 심지어 입찰에서 내진기능으로 성능인증이나 우수조달을 가진 업체를 적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발주처에서 이런 것들을 요구하니까 최근 내진형 배전반으로 우수조달을 획득하려는 업체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것은 지난 1988년이다.
내진설계 의무화는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6층 이상, 연면적 10만㎡이상 건축물에 대해 적용되다가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 2015년부터는 3층 이상, 총면적 500㎡이상 건축물로 점차 확대됐다. 최근에는 ‘3층 이상’ 기준이 ‘2층 이상’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건축물의 상당수가 1988년 이전 또는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의 건물이라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 비율은 전체의 6.5%로 저조한 실정이다. 이 사이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진도 5~7 사이의 지진이 24회나 발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번 울산 지진을 포함해 총 36회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진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주요 건축물에서 내진성능을 가진 배전반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에 울산 지진 소식과 타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내진형 배전반 개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내진기능을 가진 배전반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한동안은 관수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yunji@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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