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조명은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혁신적인 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명의 대명사로 불리던 백열등을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낼 만큼 LED조명의 수명과 에너지효율, 친환경성은 기존 광원을 압도한다. 그러나 LED조명은 DC(직류)전원에서만 빛을 발하는 태생적 특성 때문에 AC(교류)전원을 DC로 바꾸는 컨버터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전압·전류의 투입량 변화로 인해 빛의 밝기가 계속 달라지면서 깜빡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른바 ‘플리커(Flicker, 깜빡임)’다. 물론 플리커는 기존에 자기식안정기를 사용했던 형광등에서도 발생했던 현상이다. 하지만 형광등의 플리커 현상은 안정기가 자기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대부분 개선됐다. 반면 LED조명의 경우 이미 플리커를 상당 수준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원가가 상승한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제조업체나 소비자 모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플리커 현상을 제거하지 않은 싸구려 LED조명이 시중에 대량 유통될 경우 소비자,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문가 인터뷰와 시장조사 등을 통해 플리커 현상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선진국의 동향 등을 살펴보고, 과연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와 LED조명업계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의학적으로 LED조명의 깜빡임(플리커)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당장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에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일단 권고사항이라도 정해서 제조자와 소비자에게 조명의 깜빡임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과의 정기영 교수는 조명의 깜빡임 현상이 인체의 정서적·인지적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스트레스는 물론 발작과 편두통의 발병요인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빛 공해가 인체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수면의학 전문가로, LED조명과 형광등이 뇌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 현재 대한수면연구학회 편집위원장,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부의 ‘빛 공해의 인체 및 생태 위해성 평가기술과 위해성 평가시스템 개발’ 연구과제 책임연구원으로도 참여했다. LED조명의 플리커(Flicker)는 조명에 공급되는 전압·전류의 투입량 변화 때문에 빛의 밝기가 계속 달라지면서 깜빡이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2012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는 LED조명의 플리커 현상이 광과민성 발작을 동반되는 신경계 질환, 두통, 피곤함, 몽롱함, 눈의 피로, 시력 저하, 산만함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광과민성 뇌전증(간질)은 뇌전증의 한 유형으로, 민감한 사람은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태양빛을 보고도 자극을 받습니다. 뇌전증 환자는 인구 1000명 당 5명(0.5%) 정도로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이 중에서 광과민성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습니다.” 이는 현재 국내에 빛의 깜빡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뜻으로, 플리커 현상을 제거하지 않은 저가의 LED조명이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통될 경우 광과민성 발작사례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빛에 대한 자극에는 유아나 어린이가 더 민감합니다. 성인도 이런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소아보다는 덜합니다. 과거 닌텐도증후군 같은 것이 이를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문제는 심한 광자극이나 깜빡임 현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광과민성 뇌전증 환자가 아니어도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