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공사물량 감소와 업체들의 숨통을 죄는 잘못된 관행 탓에 전기설계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전기설계업계에 따르면 설계업체 상당수가 물량 기근과 대금 미지급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설계를 마친 뒤에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의 경우 공사 발주 후 해당 설계업체는 계약금 명목으로 설계비 중 일부가 지급돼야만 작업에 착수한다. 공정한 거래는 물론 설계의 신뢰성과 전문 업체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건축설계사무소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계약금을 받지 못한 채 설계를 진행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굴지의 전기설계업체인 A사 역시도 계약을 체결한 B건축설계사무소의 부도로 인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계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설계업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계약 관행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전기설계업체는 특정 건축설계회사한 곳과 여러 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한 건의 계약에서 설계비를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계약이 끊길 것을 우려해 정당한 비용지급 요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전기설계업체 관계자는 "(돈을 주지 않아도)전기설계업체 입장에선 이를 받아 낼 뾰족한 수가 없다" 고 토로했다.
문제는 또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발주물량 감소세가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게 전기설계업체들의 전언이다.
전기설계업체 한 관계자는 "2007~2008년 정부가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을 묶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금은 3분의 1 정도까지 줄었다" 며 "나오는 물량 자체가 적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저가수주가 만연하는 등 업계 질서가 문란해지고 있다" 고 우려했다.
마광민 전력기술인협회 설계협의회회장(SMTEC 대표)은 "2010년을 기준으로 국내 설계업체 1곳 당 실적은 5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면서 "일부 대형 설계업체를 제외하면 일부 영세한 업체들은 굶어죽기 직전인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에게 지급되는 설계용역비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근로자 임금, 소프트웨어 등 장비 비용 등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업체들에게는 이중고다. 이에 대해 설계업계에서는 제도적으로 분리발주를 명시, 전기설계업체가 정당한 노력의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도 했다.

조정훈 기자 (jojh@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13-05-06 08:18:32
최종작성일자 : 2013-05-03 10:26:49